솔직히 저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볼 때마다 '이번엔 남의 일이겠지'라는 생각으로 틀었습니다. 그런데 1501회는 달랐습니다. 방송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화면에서 들린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남편과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말았습니다. 지난 7월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친구 살인 사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비극이었습니다.

21분 통화가 남긴 것 — 피해자의 마지막 목소리
방송에서 가장 먼저 저를 무너뜨린 건 숫자 하나였습니다. 21분. 피해자 허민석(가명) 씨가 위험을 직감하고 대구의 친구에게 전화를 건 뒤, 그 통화가 끊기지 않고 이어진 시간입니다.
제가 직접 들어보니, 방송에서 소개된 통화 내용은 정말이지 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누군가 "나 진짜 아프다"라고 울부짖는 소리를 21분 동안 전화기 너머에서 듣고 있어야 했던 친구의 입장도 생각하게 됐고요. 그 공포가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됐을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혔습니다.
이 통화 녹음은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직접증거(Direct Evidence)로 작용했습니다. 직접증거란 범행 사실 자체를 직접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목격자 진술이나 현장 영상처럼 간접적으로 추론하지 않아도 되는 강력한 자료입니다. 쉽게 말해 '이 녹음 하나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부분 증명이 된다'는 뜻이죠.
저는 이 대목에서 십년지기 친구라는 관계가 얼마나 잔인하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오래 알았다고 해서 안전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 이번 방송이 제게 남긴 가장 불편한 사실이었습니다.
- 통화 시간: 21분간 끊기지 않고 이어진 녹음 파일
- 내용: 피해자의 고통 호소와 가해자 정재환의 목소리가 함께 담김
- 법적 의미: 범행 사실을 직접 입증하는 직접증거로 수사에 활용
- 발단: 술자리에서 정재환의 과거 데이트폭력 전력을 언급한 것이 계기
심신미약 주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이유
범행 직후 정재환이 보인 행동은 방송을 보는 내내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알몸으로 아파트를 빠져나와 약 1시간 동안 새벽 거리를 배회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우유를 꺼내 마신 뒤 계산도 하지 않고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검거 후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신미약(心神微弱)이란 범행 당시 정신적 장애나 의식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형법상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이 감경될 수 있어, 실제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그런데 저는 방송을 보면서 이 부분에서 솔직히 화가 올라왔습니다. 편의점에서 정확하게 냉장고 문을 열고 우유를 꺼내 마시는 행동이 목적의식 없는 사람의 행동처럼 보이지 않았거든요.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 역시 '처벌을 피하기 위한 계획적 행동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저 역시 그 시각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실제 심신미약 여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신감정(Forensic Psychiatric Evaluation) 절차를 거쳐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신감정이란 범행 당시 피의자의 정신 상태를 의학적·법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으로, 단순히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방송만 보고 그의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피해자가 겪은 공포가 어떤 이유로도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의 초동대응, 그 몇 분이 아쉬웠던 이유
방송에서 제가 두 번째로 마음에 걸렸던 장면은 경찰의 초동대응이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가 피투성이 상태로 새벽 거리를 돌아다니던 정재환을 직접 마주쳤음에도 즉시 제압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사이 정재환은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 이미 숨진 피해자 옆에 눕는 행동을 했고, 유족들은 이 점에서 사체손괴(屍體損壞) 혐의 추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체손괴란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하는 행위를 뜻하며, 형법 제161조에 규정된 범죄입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161조).
초동대응(First Response)이란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상황을 통제하고 증거를 보전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 단계에서의 판단이 이후 수사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경찰이 왜 그랬냐"는 비난 한마디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것보다 '그 순간 현장에 어떤 정보가 전달됐고, 어떤 매뉴얼이 작동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장 경찰관도 사람이고,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위험 징후가 이미 포착된 상황에서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건 개인의 실수를 넘어 시스템 차원에서 돌아봐야 할 문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의 안전망이 이런 순간에 더 촘촘하게 작동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것이 알고싶다 1501회는 어떤 사건을 다뤘나요?
A.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친구 살인 사건을 다뤘습니다. 가해자 정재환이 술자리 중 십년지기 친구 허민석(가명) 씨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으로, 피해자가 남긴 21분짜리 통화 녹음이 핵심 증거로 주목받았습니다.
Q. 정재환이 주장하는 심신미약, 실제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심신미약은 단순히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신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범행 당시 정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범행 전후 행동의 목적성을 근거로 심신미약 인정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Q. 사건 발단이 된 데이트폭력 전력 언급이 범행을 정당화할 수 있나요?
A.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말다툼이나 감정적 충돌도 살인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방송은 사소해 보이는 대화가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특히 음주 상황에서 감정 조절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Q. 경찰의 초동대응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나요?
A. 유족 측은 경찰의 현장 판단 미흡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경찰 내부적으로 해당 상황의 대응 경위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현장 매뉴얼과 위험 징후 판단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결론
방송이 끝나고 남편이 먼저 말했습니다. "무서운 건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네." 그 한마디가 이번 1501회를 가장 잘 요약한 문장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아이에게 '사람을 조심해'라고만 가르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위험하다고 느끼면 자리를 피하는 방법,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함께 알려주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교육이라는 걸 이번 방송을 통해 다시 느꼈습니다.
사건은 뉴스로 지나가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은 계속됩니다.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이 조금이나마 평온을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사건이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