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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 마지막화 (반전 구조, 기억 왜곡, 자기 서사)

by taetaezzang 2026. 9. 21.

마지막화에서 6화와 8화의 그 대사가 완전히 다른 사람 입에서 나오는 순간, 저는 잠깐 화면을 멈췄습니다.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누가 말하고 있는가'를 가지고 시청자를 속여왔다는 게 그제야 실감이 됐거든요. 보통 마지막 회를 보고 나면 "그래서 범인이 누구였군" 하고 정리가 되는데, 《들쥐》는 끝까지 보고 나서 오히려 처음이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반전이 쌓인 방식 — 배경과 구조

《들쥐》 마지막화는 제주도로 가는 배 한 척에서 시작합니다. 3년 전 세 사람이 함께 탔던 그 배입니다. 10부작의 대미를 추격이 아닌 밀실 대화로 끊은 선택인데, 제가 보기엔 꽤 영리한 판단이었습니다.

이 회차의 핵심 장치는 '서술 신뢰성 붕괴(Unreliable Narration)'입니다. 여기서 서술 신뢰성 붕괴란, 이야기를 이끌어온 화자의 기억이나 진술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드러내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독자나 시청자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정보를 뒤집어 기존에 봐온 장면 전체를 다시 해석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마지막화에서 유민이 방 안에서 꺼내는 이야기들, 즉 게시판 글, 민영의 죽음, 소설 표절의 경위, 동아리 신입 소개 장면은 전부 이전 회차에서 문재의 시점으로 봤던 장면들입니다. 그런데 마지막화에서는 그 모든 장면의 주인이 뒤바뀝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럼 나는 지금까지 누구의 기억을 보고 있었던 거지?"였습니다.

문재가 유민에게 반박하는 장면이 특히 서늘했습니다. "그딴 걸 누가 읽겠냐고, 그냥 소설 쓰듯이 쓴 건데." 그 한 문장이 민영의 인생 전체를 끝냈다는 사실, 그리고 문재는 여전히 그걸 '소설'로 축소하려 한다는 사실이 동시에 얹힙니다.

  • 6화·8화의 대사가 마지막화에서 반대편 입에서 다시 등장 — 시청자가 믿어온 화자 자체가 뒤바뀜
  • 순용(형사)이 사실은 문재보다 먼저 '제문재'였다는 사실이 이 회차에서 처음 공개됨
  • 유민이 "죽은 민영을 옆에 두고 밤새 네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고 말하는 장면 — 감정보다 행동으로 비극을 전달하는 연출
요약: 마지막화는 서술 신뢰성 붕괴 기법을 활용해 지금까지의 장면 전체를 뒤집는 구조로, 단순한 추가 반전이 아닌 기존 정보의 재해석을 강제합니다.

 

기억 왜곡이 만들어내는 진짜 공포

제가 마지막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불편했던 지점은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억은 있는데 그 기억의 주인이 바뀌어 있을 수 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기억 오귀인(Memory Misattribution)'이라고 부릅니다. 기억 오귀인이란, 어떤 경험이나 정보를 실제와 다른 출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잘못 기억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경험한 것처럼, 혹은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가 직접 겪은 일처럼 기억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 따르면 기억은 저장되는 게 아니라 매번 재구성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왜곡이 개입될 여지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저도 살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제가 별생각 없이 했던 말이 상대에게 오래 남은 상처였다는 걸 몇 년 뒤에야 알게 된 적이 있었고, 반대로 제가 억울하게 기억하고 있던 일을 상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답답한 건 "그래서 누구 기억이 맞는 거지?"라는 질문에 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기록도 없다면, 결국 두 개의 기억만 남습니다.

문재가 자신의 내레이션 위로 "이제 기억이 난다. 내가 요즘 글을 쓸 수 없는 이유도.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래서 무서웠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잊었던 게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을 오랫동안 재구성해왔다는 뜻이니까요.

요약: 기억 오귀인 현상처럼, 《들쥐》의 진짜 공포는 기억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주인과 맥락이 뒤바뀌어도 당사자는 오랫동안 눈치채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자기 서사를 고쳐 쓰는 것이 살아남는 일인가

마지막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장면은 문재가 하권 원고를 자기 손으로 다시 쓰는 장면입니다. 유민이 남긴 하권의 첫 줄은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다. 나는 사람을 죽였다"로 시작하는 자수서(自首書)였습니다. 자수서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스스로 적어 고백하는 문서를 뜻합니다. 그런데 문재는 그 원고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쳐 씁니다. "들쥐는 결국 자신이 그 혐오스러운 들쥐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모든 게 꿈이었다"라는 문장으로요.

이 행동이 아이러니한 이유가 있습니다. 들쥐는 남의 삶을 빼앗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었고, 문재는 이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스스로 지우고 새 이야기를 씁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둘 다 자신에게 유리한 서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서사 재구성(Narrative Reconstruc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과거 경험을 현재 자아 이미지에 맞게 재해석하는 심리적 과정을 말합니다. 출처: APA PsycNet에 따르면 이 과정은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그 재구성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입니다.

솔직히 저는 마지막에 문재가 원고를 고쳐 쓰는 장면이 조금 더 무섭게 연출됐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살아남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또 하나의 들쥐가 탄생하는 순간처럼 보여줬다면 훨씬 강렬했을 것 같거든요. 그 장면을 과거 회상과 교차하면서 "지금 이 사람이 쓰는 이야기도 진짜일까?"라는 의심을 끝까지 남겼다면 마지막 장면의 무게가 달라졌을 겁니다.

그래도 결국 노자가 남긴 말은 오래 남습니다. "아무리 개 같은 인생이라도 진짜로 한번 살아봐야 한다"는 문장이요. 제가 이 말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진짜로 산다는 게 결코 거창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 안에서 내린 선택들이 결국 나를 증명하는 것이고, 어떤 이름이나 기록보다 그게 먼저라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요약: 문재가 하권을 고쳐 쓰는 행동은 서사 재구성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며, 들쥐와 문재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닮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들쥐 마지막화에서 결국 유민은 죽은 건가요?

A. 명확하게 사망 장면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배에서 내린 사람은 문재뿐이고, 문재는 "유리창을 깨고 나를 던지려다 자기가 그냥…"이라고 순용에게 말합니다. 이 대사만으로 유민의 생사를 확정할 수 없도록 열어둔 연출입니다. 시청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 열린 결말에 가깝습니다.

 

Q. 들쥐 마지막화 반전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됩니다. 핵심만 요약하면?

A.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게시판 글을 쓰고 민영에게 거짓 소문을 퍼뜨린 건 유민이 아니라 문재였습니다. 둘째, 동아리 신입 인사를 하며 "들어가도 돼요?"라고 물은 것도 문재입니다. 셋째, 6화와 8화에서 유민이 한 말처럼 들렸던 대사 "넌 내가 부러운 거야"는 사실 문재가 유민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기억과 대사의 주인이 전부 뒤바뀐 것이 이번 마지막화의 핵심 반전입니다.

 

Q. 들쥐 2시즌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A.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승규가 문재의 문을 두드리는 장면으로 끝나기 때문에 속편 여지를 남겨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의 경우 시청 데이터 반응에 따라 후속 시즌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순용이 문재에게 자리를 그냥 넘겨준 이유가 뭔가요?

A. 순용은 문재가 실제로는 가짜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단추 끝까지 채우라고, 그놈은 그렇게 하니까"라는 말로 가짜를 확인했지만, 굳이 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직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 먼저 '제문재'였다는 과거를 생각할 때, 이 자리에 더 이상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읽히는 장면이었습니다.

 

결론

《들쥐》 마지막화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었던 질문은 "진짜 들쥐가 누구냐"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진실인가"였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무서운 질문 하나가 뒤에 따라왔습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내가 직접 썼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반전의 수가 많았고, 마지막화 한 회 안에 설명해야 할 것이 몰려 있어서 일부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 문재가 원고를 다시 쓰는 그 행동이 남긴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고쳐 쓰는 사람과 남의 이야기를 훔쳐 쓴 사람,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요. 드라마를 끝까지 본 뒤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어진 작품이 오랜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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